에세이 · 삼각법
기울기와 각도는 같은 숫자가 아니다
러닝머신의 15% 경사가 실제로 말하는 것
러닝머신의 15% 경사는 각도가 아니라 기울기다. 앞으로 100 나아가는 동안
15 올라간다는 뜻이고, 비로 적으면 0.15. 이걸 각도로 바꾸면
arctan(0.15) ≈ 8.53° 이지 15°가 아니다. 퍼센트 경사와 도(°)는
애초에 서로 다른 단위다.
러닝머신을 15%에 놓으면 제법 가파른 언덕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발판이 15도쯤 기울었다고 상상하기 쉽다. 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실제 기울기는 8도 반 남짓이다. 기계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계산기가 틀린 것도 아니다. 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사도는 "얼마나 올라가나"에 답한다 — "얼마나 기울었나"가 아니라
경사도는 비다. 올라간 높이를 나아간 거리로 나눈 뒤 퍼센트로 적은 것. 15% 경사는 앞으로 100m 갈 때마다 15m 올라간다는 약속이다. 그건 두 길이에 관한 진술이고, 삼각형으로 치면 높이를 밑변으로 나눈 값이다.
각도는 다른 종류의 물건이다. 평평한 바닥과 비탈 사이의 회전량이다.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건너가려면 비를 각도로 바꿔 주는 함수가 필요하고, 그게 아크탄젠트다.
각도 = arctan( 높이 / 거리 ) = arctan( 0.15 ) ≈ 8.53°
두 숫자가 벌어지는 이유
여기서 감이 온다. 완만한 비탈에서는 경사도와 각도가 거의 비슷해서 혼동해도 티가 안 난다. 5% 경사는 약 2.9° — 누구도 그 차이를 눈치채지 못할 만큼 가깝다. 하지만 탄젠트는 휘는 함수다. 가팔라질수록 각도를 조금만 더 줘도 경사도가 크게 불어나고, 두 숫자는 서로에게서 멀어진다.
가장 깔끔하게 체감하는 방법: 100% 경사는 45°다, 100°가 아니라. 높이와 거리가 같아져 삼각형이 정확히 정사각형의 절반이 되고, 기울기는 45도다. 경사도는 100%를 넘어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지만(절벽은 무한대다) 각도는 90°에 영영 닿지 못한다. 같은 언덕을 재는 자가 둘인 셈이다.
| 경사도 | 비로 적으면 | 각도 |
|---|---|---|
| 5% | 0.05 | 2.86° |
| 10% | 0.10 | 5.71° |
| 15% | 0.15 | 8.53° |
| 20% | 0.20 | 11.31° |
| 30% | 0.30 | 16.70° |
| 50% | 0.50 | 26.57° |
| 100% | 1.00 | 45.00° |
반대로 가려면
각도를 알고 경사도를 구하려면 함수를 뒤집으면 된다: 경사도 = tan(각도).
10° 내리막을 경고하는 표지판은 실은 약 18% 경사를 말하고 있다
(tan(10°) ≈ 0.176). 같은 삼각형을 반대 꼭짓점에서 읽은 것뿐이다.
왜 하필 탄젠트가 이 일을 하나
기울기를 각도로 옮기는 일이 탄젠트에게 떨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원점을 중심으로 한 원 위를
거리 1만큼 걸으면 도착한 점의 높이가 사인이고 수평으로 간 거리가 코사인이다. 탄젠트는 그
걸음을 연장했을 때 x = 1 이라는 수직선과 만나는 높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정확히 한 단위 갔을 때의 높이. 그게 바로 경사도의 정의다.
그러니 10%라고 적힌 도로 표지판은 처음부터 조용히 탄젠트 값을 보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접 올라가 보기
15% 비탈은 계산기보다 발로 믿는 편이 빠르다. 브라우저에서 도는 3D 월드에
z = 0.15x 를 넣으면 지형이 정확히 그 경사로가 된다 —
15% 경사 걸어 보기.
이어서: 비율은 전체의 한 조각이 아니다 — 100% 경사를 역설이 아니라 평범한 숫자로 만들어 주는 이야기.